도쿄 올림픽이 코로나 때문에 결국 1년 늦게 열립니다.
성화 봉송도 시작됐습니다.
해외 관중도 받을 수 없고, ‘저주 받은 올림픽’이란 말까지 나오는데 일본 정부가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요?
'세계를 보다' 황하람 기자입니다.
[리포트]
[현장음]
"와, 멋지다. (진짜네요.)"
[현장음]
"힘냅시다!"
코로나가 닥치기 전 올림픽 성화는 모두의 기대였지만
[현장음]
"지금 토치에 성화가 점화됐습니다."
지금은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우와다 후미코 / 일본 시민]
"즐기고 싶어도 코로나가 골칫거리예요. 코로나가 방해를 하고 있잖아요."
강풍으로 봉송 중에 몇 차례 성화가 꺼지기도 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전염병에 일상을 빼앗겨버린 시민들도 축제에는 부정적입니다.
[현장음]
"올림픽 반대! 성화를 멈춰라!"
[황하람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 10명 중 7명은 올해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스가 정부가 긴급사태를 풀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다시 2천 명대로 늘어났습니다.
결국 125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해외 관객은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시모토 세이코 /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지난 20일)]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상황 때문에 2020년 도쿄올림픽에 해외 관중은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환불하기로 한 해외 관중 티켓만 63만 여 장.
국내 관중마저 50%로 제한하면 경제적 손실은 17조 원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강행하려는 이유는 뭘까.
이미 경기장과 숙소 등에 쓴 비용만 45조 원.
[시라이 사유리 / 일본 게이오 대학교수]
"많은 경기장과 선수들의 숙소가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거기서 비용을 뽑아낼 수 있잖아요."
올림픽 중계권료 수입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장음]
"올림픽, 후쿠시마부터 시작! 단련했어!"
10년 전 동일본대지진의 기억을 지우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올림픽은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이원덕 /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원전사고 이후에 사회 경제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던 것 아닙니까. 반전시키는 하나의 모멘텀으로 삼으려고 하는 동기가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개최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40년 주기설이 나옵니다.
일본은 1940년 동·하계 올림픽 개최권을 모두 가져왔지만, 1년 뒤 자국이 일으킨 중일전쟁에서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대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서방이 불참하면서 반쪽 올림픽으로 치러졌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다시 전염병으로 미뤄지자 일본 내에서조차 '저주받은 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소 다로 / 일본 부총리(지난해 3월)]
"올해는 (모스크바 올림픽이 개최된 지) 40년이 된 해입니다. 저주받은 올림픽입니다."
결국 스가 일본 총리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오면 만나겠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초대하겠다.
하지만,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입니다.
세계를 보다 황하람입니다.
yellowriver@donga.com
영상취재 : 홍승택
영상편집 : 이승근